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 문덕인 회장, “기계설비유지관리자 권리 보호·위상 제고 위해 적극적 동참 필요한 때”

월간 에너지관리
2024-03-05

                                                            ▲ 문덕인 회장


- 회원들의 현장 목소리 대변하기 위해 설립, 기계설비법 개정 촉구에 총력 다할 것

- 협회 주력 사업으로 전문역량 강화, 전문인력 양성, 산학협력 및 산업교육 등 집중 추진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로 지속 성장해나갈 것입니다.”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 문덕인 회장은 “현장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협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계설비법 시행 이후 현장에 무자격자인 관리업무 종사자들의 선임이 2026년까지 허용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현장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기계설비유지업무 담당자들은 업무 과중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문덕인 회장은 “앞으로 교육시험을 통한 정규 유지관리자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기계설비유지관리자’라는 전문 기술자로서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현장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 협회에는 200여 명이 가입해 있으며, 현장에서 활동 중인 시설관리 근무자, 검사대상기기관리자, 기계설비점검업 관련 종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덕인 회장은 올해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협회의 사단법인 전환을 꼽았다. 공적인 단체로 거듭난 후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위상 제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현재 협회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자격 인정에 대한 업무 및 제도개선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며 기계설비법 개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계설비 성능점검 전문기업 ㈜푸른기술에서 이사로 재직중인 문덕인 회장은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특임교수, 한국에너지관리기능장협회장을 역임하고 국방부 국가기술자격 실기시험 감독,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심의에 참여하는 등 기계설비 성능점검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축적해온 인물이다. 2021년에는 보일러 기술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충북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본지는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 문덕인 회장을 만나 협회 설립 배경과 추진 예정인 주력사업, 올해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생산유틸리비 설비 및 건축물의 시설관리는 주로 검사대상 기기관리자들에 의해 사후보전 형태로 관리되어 왔으나, 2018년 4월 17일 기계설비법이 공포되면서 2020년 4월 18일부터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에 의해 선임 관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에는 전문 자격을 갖추지 못한 관리업무 종사자들의 선임을 2026년까지 허용해 법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실제 기계설비유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은 오히려 업무만 늘어나고 있죠.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는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현장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단체입니다. 


앞으로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자 하는지?

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는 기계설비유지관리 분야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단체입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협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또한 협회의 주력 사업으로 회원 전문역량 강화, 전문인력 양성, 산학협력 및 산업교육, 신기술 정보 제공 및 신문발행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회원 복지증진 및 권익향상을 위해 힘쓰는 것은 물론,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업무와 관련된 교육 및 보급, 강연회, 연구회 견학 등 다양한 대외 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사단법인 설립 인가 진행 상황은? 

전국 각지에서 뜻을 같이하는 개인들이 모여 만들다보니 원활한 일처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계설비유지관리자기술인협회 발기인대회를 개최했지만 사단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아직 보완하고 있는 중으로, 서류작업을 마무리 짓는 대로 국토교통부에 서류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준비를 마치고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게 사실입니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위상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현실에 맞지 않는 기계설비법 개정 촉구에 힘을 보태고 계시는데요. 

국토부는 2018년 기계설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기계설비법을 공포했으며 이를 통해 2020년 기계설비법이 제정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서는 건물의 규모별로 초급, 중급, 고급, 특급 자격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선임하도록 의무화되었습니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는 기계설비와 관련한 산업기사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고 자격별로 실무 경력을 보유하도록 되어 있으나, 법 제정 당시 관련 인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국가기술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임시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수첩을 발급받아 등급과 관련 없이 근무하던 곳의 유지관리자로 선임되어 26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유예해 주었죠. 그러나 국토부에서는 지난해 11월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개선 추진 과제 중의 하나로 임시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별도의 교육 시험제도를 통하여 정규 기계설비유지관리자로 전환해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국토부의 방침에 대하여 현장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은 큰 실망감과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선임된 임시 유지관리자들 중 상당수는 기계설비분야와는 상관없는 행정직이나 타 직무 종사자들도 많습니다. 앞으로 양성교육(교육 시험)을 통한 정규 유지관리자전환이 이루어진다면 기계설비유지관리자라는 전문 기술자로서의 정체성 자체가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현업의 많은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은 법에 따라 등급 인정에 필요한 국가기술자격을 갖추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기계설비 분야와 관련된 기술자격증을 보유하지 않고, 심지어 실무 경험도 없는 사람들을 정규 유지관리자로 전환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큽니다. 이에 협회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위상과 정체성을 지키고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계설비법 개정 촉구에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자격 인정에 대한 업무 및 제도개선을 위한 서명운동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선 제도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지지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네이버카페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를 통해 전국적으로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전국의 산업설비 관련 기술 교육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네이버 카페 ‘가냉보열’과 다음 카페 ‘보냉가설’ 등을 통해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계설비유지관리 기준,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선임 등 기계설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국토부에서 임시 유지관리자를 양성교육을 통해 정규유지관리자로 전환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현재까지 배출된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수첩보유자가 법에 의해 유지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건물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는 근본적으로 기계설비법을 현실에 맞지 않게 잘못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계설비 시설관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술자격증은 에너지관리기능사와 공조냉동기계기능사입니다. 이 두 자격증은 건물의 냉방과 난방을 위한 핵심설비인 냉동기와 보일러를 운전하기 위한 기초 자격증이죠. 일상생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처럼 건물에 설치된 냉동기와 보일러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의하여 공조냉동기계기능사와 에너지관리기능사 이상의 기술자격을 취득하여 관리자, 또는 조종자로 선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보일러와 냉동기의 용량이 커지게 되면 산업기사, 기사, 기능장까지의 상위 기술자격을 취득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 소형 건물들이 많다 보니 현업에서는 기능사가 가장 많은 기술 인력을 차지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기계설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실무 능력이 전무한 사람들이 양성교육을 통해 정규 유지관리자로 선임된다면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기술력과 정체성은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전문 기술과 실무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유지관리자들로 인해 기술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정체성도 모호해지겠죠. 

국가기술 자격이 없어도 학력과 교육점수로도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기술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일단 선임되고 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승급 교육만 받으면 상위 등급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 장사로 변질될 우려도 있어요. 기술역량이 향상되어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상위 등급을 취득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계설비법의 국회 입법청원 시 타 직무 안전관리자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 겸직 금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는지? 

전기, 소방 등 기계설비유지관리와 관계가 없는 분야와의 겸직 금지는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의 건축물에 근무하는 시설유지관리자들은 다분야의 겸직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반대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는? 

현재 상황에서 기계설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실무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양성교육을 통해 정규 유지관리자로 선임된다면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기술역량은 급격히 저하되고, 전문 기술인으로서의 정체성 또한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

‘당장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서겠지’ 하는 마음으로 현재의 상황을 지켜본다면 시설유지관리자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입니다. 시설유지관리자의 위상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합심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단결하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구호는 메아리 없는 공허한 목소리일 뿐이니 회원 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때입니다. 


올해 목표와 향후 협회가 나아갈 방향은?

올해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전환되어 공적인 단체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권리와 위상을 지킬 수 있도록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로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김민영 기자(energycenter@naver.com)